이렇게 유출된 기름은 제거하기가 쉽지 않아요. 다양한 형태로 정제되고 가공된 기름이 바다에 유출되면 정화하는데 여러 달에서 여러 해가 걸리며 엄청난 양의 재정과 인력이 소비되게 됩니다. 

실제로 유출된 기름을 제거하기 위해 또다시 환경이 오염되는 경우도 있고요. 원유 유출 사고로 인해 피해를 입는 해양 생태계와 지역 경제가 회복되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이번 페루 사고와 같이 기름 오염 사고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피해는 물새들이 입어요. 깃털에 기름이 닿으면 더 이상 헤엄을 칠 수도, 날아오를 수도 없죠. 

물고기는 물론 해양 포유류들도 기름 성분에 질식하거나 중독돼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이러한 바다생물들을 잡아들이는 어부와 해안지역 주민들에게까지 그 피해가 미치게 됩니다.

1989년 알래스카 주에서 발생한 엑손 발데즈호 유출 사고로 이곳의 윌리엄 만에서는 바닷새 50만 마리와 해달 5천여 마리, 그리고 수달 1천 마리 이상이 죽었어요. 그러나 20여 년 후에도 이들 바다생물은 회복되지 않았죠. 여전히 유출된 기름이 남아 있기도 하고요. 

2010년 멕시코만 해상에서 발생한 딥워터 호라이즌호 사고의 경우도 10여 년이 지난 시점인 지금까지 멕시코만의 해양생물종다양성이 회복되지 않았어요. 사고 이후 150마리 이상의 고래류와 600마리 이상의 거북이가 폐사 상태로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줄어든 해양 생물의 개체가 회복되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린다고 하죠.

유류가 바다로 유출될 경우 기름 속 독성 물질이 해양에 오랫동안 남아 지속적인 피해를 줍니다. 방제 처리나 자연적인 과정을 통해 일부 기름이 제거되지만, 해저 바닥에 가라앉는 나머지 기름 성분들은 사고 발생 후 지속적으로 해저층에 확산되기 때문인데요.

원유와 다양한 형태로 정제되고 가공된 기름에는 생물에게 해를 미치는 각종 유독 물질이 포함돼 있죠. 특히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는 다양한 형태의 유류 내에 포함된 주요 물질 중 하나인데요.

이 PAHs는 물에 잘 녹지 않아서 바닷물에는 아주 낮은 농도로 존재해요. 그러나 기름에 잘 녹는 지용성인 특징을 갖고 있어 생물 내의 농축이 크죠. 생물체 내로 유입된 후 분해되지 않고 남아있게 됩니다.

PAHs는 생물체 내에 축적되면 발암, 돌연변이, 기형 등의 악영향을 줘요. 또한 DNA에 직간접적으로 손상을 주기도 하고요.

이렇게 독성물질에 영향을 받은 바다 생물들이 먹이사슬에 의해 끊임없이 생물체 내에 축적이 되고 결국 우리 지구인의 입으로도 들어오게 될 수도 있겠죠😵‍💫

또한 멀리 퍼진 기름은 유처리제를 뿌려 보이지 않게 해요. 유처리제는 쉽게 말해 비누와 비슷한 성분이라고 보면 되는데요. 물과 기름은 잘 섞이지 않는데, 유처리제는 기름과도 잘 섞이고 물과도 잘 섞이는 분자 구조를 갖고 있어요. 작은 기름 덩어리를 에워싸서 바닷물과 잘 섞여 눈에 보이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해요.

그러나 유처리제를 뿌리면 당장 기름은 분해되지만, 독성물질이 바닷물을 오염시키고 플랑크톤을 죽이며, 공 모양의 석유 덩어리(오일볼)가 되어 돌아다니며 해저의 생태계를 파괴합니다. 유처리제의 회수율은 20%에 불과하며, 20~30%는 증발, 50%는 생태계에 잔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2007년 태안에서의 허베이스피릿 사고 당시에도 유처리제 사용에 따른 오일볼과 타르 덩어리 등이 모항, 안면도 등에서 발견되었는데요. 2007년 12월 16일, 해양수산부 전문가 회의에서는 타르 덩어리가 해양생물에 부착되거나 해수에 녹으면 해양생태계와 수산자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결론 내렸죠. 

이렇게 기름 유출 사고는 다방면으로 이미 파괴된 해양생태계를 더욱 심각하게 망가뜨립니다. 게다가 한 번 유출된 기름은 그 양이 방대하여 유출 지역이 매우 넓고 인간의 이동이 불편한 곳이기 때문에 유출된 기름을 완벽히 제거하는 것은 매우 번거롭죠.

2007년 한국도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큰 기름 유출 사고를 겪었었죠. 당시 유조선 허베이스피릿호가 삼성중공업 소속 크레인선과 충돌하면서 78,000 배럴 이상의 원유가 유출됐어요. 이는 이번 페루 사고의 10배 이상인 수치이죠. 1.5리터짜리 탄산음료 페트병으로 836만 4,600여 개에 담긴 만큼의 양이에요.

이 사고로 태안 앞바다 생태계뿐 아니라 국내 11개 시·군 375㎞의 해안선과 충남, 전라도 101개 도서지역 및 제주의 추자도까지 오염됐는데요. 재해를 막기 위해 사용된 금액만 216억 원이며 총재산피해는 7384억여 원이 들 정도로 피해가 컸죠.

당시 해변으로 검은 파도가 밀려오는 모습에 120만 명 이상의 자원봉사자들이 발 벗고 나서서 기름을 닦아내는 작업을 도왔어요. 이때 제거한 원유의 양이 무려 26,000여 배럴이라고 합니다.

사고로 인해 굴, 게, 새우 등 저서생물은 모두 폐사했고, 가자미, 볼락과 같은 어류, 그리고 철새와 고래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바다생물이 타격을 입었어요.

태안의 경우 비교적 빠른 회복을 보였어요. 서식지 별로 해양 생태계가 회복하는데 차이는 있었으나 4년 뒤부터 회복 징후가 뚜렷하게 나타났죠. 사고 후 5~6년쯤이 되자 퇴적물 내 잔존 유류 농도가 사고 이전 수준으로 떨어졌고요. 

하지만 갯벌 아래를 파보면 일부 지역에는 얇은 기름막이 남아있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곳까지 생태계가 완전히 복구되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 바다 생태계 회복 문제뿐만 아니라 지구인의 건강에도 이상 신호가 발견되었는데요! 태안 기름 유출 사고 뒤 충남 태안은 남성 전립선암과 여성 백혈병 발병률이 평균보다 훨씬 높았다고 합니다. 사고와 발병 원인을 밝히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죠.

실제로 태안 남성의 전립선암 발생률은 1999~2003년 10.7명, 2004~2008년 12.1명이었으나 사고 뒤 2009~2013년은 30.7명으로 154% 증가했어요. 같은 기간 전국은 9.7명, 19.0명, 26.5명이었죠. 또 태안 여성의 백혈병 발생률은 1999~2003년 5.1명, 2004~2008년 5.6명이었으나 2009~2013년에는 8.6명으로 54% 늘었고요. 같은 기간 전국은 3.9명, 4.0명, 4.1명이었죠. 

또한 태안지역 초등학생 330명의 알레르기성 질환 유병률을 분석한 결과, 사고에 많이 노출된 초등학생은 알레르기성 비염에 걸릴 위험도가 적게 노출된 집단의 1.88배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어요.

기름유출을 방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화석 연료 사용을 중지하고, 전 세계 바다에 보다 강력한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해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바다의 훼손을 막는 것입니다.

2020년 5월 29일 러시아 북부에서도 기름 유출 사고가 있었는데요. 이는 유조선에 의한 사고가 아니라 발전소의 연료 탱크가 파손되면서 일어난 사고였어요. 북극권에 속한 러시아 북부 타이미르반도 나데즈다 발전소에서 2만 톤이 넘는 경유가 유출되었죠. 

20km가 넘는 물길이 오염되었고 암바르나야 강은 붉게 물들었습니다. 20cm 두께의 석유화학물질 층이 붉은 강을 따라 바다로 흘러 내려갔죠.

러시아 북극권 최악의 환경 재앙인 이 사고는 우리에게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줬어요. 화석연료를 추출하고 저장하는 일이 결코 안전할 수는 없다는 것을 말이죠. 북극권처럼 외지고 기후가 척박한 곳에서는 더욱 그러하고요.

석유는 채굴에서부터 운송 및 저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환경을 오염시키고, 동식물들의 서식지를 파괴하며, 사람들의 삶을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사고의 가능성이 도사리고 있죠. 또한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는 탄소 발생의 주원인으로 기후위기를 심각하게 악화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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