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난듯 하지만 1.2Km에 달하는 한 덩어리의 바위 (c 김민수/오마이뉴스)

구럼비 바위가 왜 중요했어?

구럼비 바위는 길이 1.2㎞에 너비가 150ｍ에 달하는 거대한 용암 너럭바위예요. 국내 유일의 담수 습지 생태계를 가지고 있으며, 이곳에는 멸종 위기의 붉은발 말똥게와 맹꽁이 등이 서식하고 있었어요.

구럼비는 제주도에서 흔한 현무암으로 만들어진 바위가 아니고, 안산암과 조면암으로 이루어져 물이 지하로 침투가 되지 않고 표면에만 머물어요. 때문에 바다에 사는 동물들이 아닌 민물에 사는 동물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요. 이런 환경은 제주에서 흔히 볼 수 없었어요.

거기다 구럼비 바위의 1km 근방에는 범섬이란 무인도도 있어요. 범섬은 유네스코 생물권 보존지역이에요. 매우 가까워서 환경단체들의 반발도 더 심했어요.

사실 구럼비 바위도 유네스코 지정이 논의되었지만, 지정 당시 구럼비 부근에서 활동하던 해녀들이 물질을 하지 못하게 될까 봐 반대했었고 그 결과 유네스코도 이러한 사정을 고려했다고 해요. 

구럼비 바위는 해군에 의해 폭파되었어요 (프레시안)

주민들과 활동가들은 반대 시위를 계속 진행했고, 진압하는 과정에서 폭력, 폭언이 오고 가며 해군과의 마찰도 매우 심해졌어요. 그러다 2016년 2월 기지 건설이 완공되었습니다. 

지금은 워낙 세월이 오래 지나 모두의 기억 속에 흐릿해졌지만, 당시 여론은 찬, 반대로 나누어져 거세게 대치를 했었어요. 

하지만 이후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반대 여론보다 찬성 여론이 많은 것처럼 보이게끔 댓글을 조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어요. 당시 이명박 청와대 기획관으로 근무하던 현 국가 안보실 1차장 김태효는 댓글 조작이 밝혀져 유죄 판정을 받기도 했어요.

2016년 완공된 제주 해군기지

인권침해도 있었다고?

해군기지를 지정하고 건설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인권은 무시된 게 더 큰 문제라는 의견도 많아요. 해군기지는 2016년 완공되었지만, 아직도 인권침해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는 이유예요.

진압하는 과정에서 해군이 주민 투표함 탈취에도 개입하고, 민간 경비를 고용하여 폭언과 폭력을 일삼아 주민들은 많은 상처를 받았어요.

해군은 또한 2016년 공사 지연을 이유로 주민 및 단체 121명에게 34억 5000만 원을 손해배상 청구를 했어요. 거기다 국방부에서는 해군기지 반대 시설물 철거로 사용한 집행비용을 납부하라고 명령하기도 했었는데요. 현재는 다행히 모두 취하되었지만, 당시 얼마나 갈등이 심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에요.

이후 2019년 경찰청은 해군기지 결정 과정에서 주민 의견 수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국가기관이 앞장서 반대 측 주민과 활동가에게 폭행, 폭언 등 인권침해를 했다는 진상 조사 결과를 발표하였어요.

강정 주민들은 진상 조사 결과를 환영하는 한편 이 조사 결과가 단편적인 내용만을 다루고 있으며, 다른 정부기관에서는 현재까지도 조사 위원회가 권고 요청한 내용을 이행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어요.

지난 6일, 제주도는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 활동으로 처벌된 강정마을 주민에 대한 연말 특별사면을 정부에 건의한 것으로 밝혔어요. 

제주시는 8.15 광복절 특별 사면을 위해 앞서 7월에도 정부에 사면 건의문을 전달하였지만, 특별사면 된 1,693명 중 강정마을 주민은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어요.

강정마을 주민들은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다 696명이 경찰에 연행되었고, 그중 총 463명이 기소된 바 있어요. 

이중 212명은 아직도 기소 면제나 자격 회복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