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예산으로 파괴하는 반달곰 서식지 🐻

#지리산 #산악열차 #기후대응기금 #그린워싱

2022. 12. 9.

이 메일이 잘 안보이시나요?

FROM. 지구

이번 주 지구엽서

기후예산으로 생기는 산악열차
국내산 고춧가루, 금속성 이물질로 리콜
폴라보텍스 붕괴와 올해 역대급 추위와의 관계

첫 번째 엽서

기후예산으로 생기는 산악열차 🚂

안녕하세요 지구인 여러분! 어느덧 연말 모임, 연말 여행이 많은 12월이 되었네요 :) 님은 한 해를 어떻게 마무리하실 예정이신가요? 연말, 연초 여행으로 지리산 어떠세요? 지리산은 국내 국립 공원 중 가장 넓은 면적을 자랑해요. 크기도 큰 만큼 정말 다양한 동식물들의 보금자리 역할을 하고 있어요.

제16회 국립공원 공모전 입선작 지리산 서북능선의 겨울, 윤병춘

아니 갑자기 웬 지리산이냐구요? 지리산의 아름다운 자연이 산악열차로 인해 훼손될 처지에 놓여있거든요. 2013년부터 지속적으로 남원시에 의해 산악열차 개발 이야기가 나왔었고, 2020년에도 이미 한차례 환경단체와 지자체 등의 비판을 받고 무산된 바 있어요.

그런데 올해는 더 큰 규모로 빠르게 진행이 되고 있어요. 이번 개발 사업은 2026년까지 1킬로미터 구간을 시험 운영한 뒤, 이후 13km에 달하는 열차 길을 운영한다는 것인데요. 남원시에서 주민의 원활한 통행과 관광효과를 위한다는 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요.

하지만 산악열차가 생기게 되면 주민들은 오직 열차를 통해서만 이동해야 해요. 그래서 산악열차 운영 외 시간에 응급상황 발생 시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고, 관광객들이 많은 철에는 이동하지 못하는 경우까지 생길 수 있어 원활한 통행과는 거리가 멀 것으로 지적되고 있어요. 전라북도에서 작성한 자료를 보면 경제효과 역시 0.0679%로 매우 미미하여 오히려 적자사업이 될 것이라고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원시는 주민들 동의도 없이 지난 10월, 계획을 통과시키고, 이미 진행 중에 있어요.

지리산이 왜 중요해?

우리나라 멸종 위기 야생동물의 66%가 국립 공원에 사는데요. 지리산은 1호 국립 공원으로, 49종의 야생생물이 지리산에 살고 있어요. 국내 최대 면적을 가진 만큼 멸종 위기 야생 동물을 복원하는데도 지리산 만한 곳이 없는데요.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 운동은 벌써 18년째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어요.

현재는 1급 멸종 위기 야생 동물인 반달가슴곰 79마리가 지리산에서 활동 중이며, 올해 5월에는 자연에서 최초로 아기 반달곰이 태어나기도 했어요!

혹시 반달가슴곰 이야기가 나오는 <국내 멸종위기동물> 편을 아직 못 보셨다면?

다시보기

귀여운 얼굴과 그렇지 못한 발톱을 가진 지리산 야생 반달곰, 마운틴뉴스

그런데 반달가슴곰이 매우 빈번히 출몰하는 서식지와 산악열차 노선이 겹쳐 있어 더 큰 논란이 생기고 있어요. 반달곰들이 점점 많아짐에 따라 서식지로 지리산도 좁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 산악열차로 오히려 더 줄인다니...

그뿐만 아니라 산악열차로 인해 곰들이 사고를 당하거나 소음에 시달리는 일도 빈번해질 수 있어요. 거기다 공사기간을 10년까지 예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곰들이 공사 소음과 쓰레기로 인해 고통받을 건 너무 자명한 일이죠.

하늘색 사각형: 산악열차 시범 노선 구간 / 주황색 원형 : 반달 가슴곰 활동지점

지리산은 반달곰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물들의 터전이 되고 있는 만큼, 훼손은 반드시 막아야 해요. 국립공원 1호인 지리산의 훼손은 다른 국립공원 훼손으로도 이어질 수 있어 더욱 민감한 상황이에요.

지리산 산악열차 시범사업 구간과 전북 남원시의 연장 노선 구간, 경향신문

근데 기후예산으로 생긴다는 건 무슨 소리야?

이 사업의 시범사업 구간이 기후대응기금 72억원으로 생기기 때문인데요. 겉으로는 기후 위기를 연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지리산 산악열차 시범노선을 건설하고, 차량도 제작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고 해요. 이 사업의 정식 명칭은 '산악벽지용 친환경 전기열차 기술 개발 사업'인데요. 열차를 전기로 만들면 친환경인가요? 🤦

기후대응기금이란?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마련한 기금으로 저탄소 산업을 지원하고, 탄소 배출량을 줄임에 따라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기업과 노동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어요. 취지는 좋았으나 올해 정부에서 쓴 기후대응기금 2조원을 조사해 보니, 사용한 기금의 90%가 친환경적이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었어요.

기금의 90%가 엉뚱한 곳에 쓰였다고?

올해 쓴 기금 2조 원 중 4억원은 세종정부청사 실내정원에 쓰였어요. 실내 공기질이 좋아졌긴 했지만, 전문가들은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거의 없다고 말해요. 그런데도 내년까지 67억원을 더 들여서 나무 4천 그루를 더 심는다고 해요.

실내 정원 외에도 노후화된 인도를 바꾸거나, 직원들을 위한 쉼터 조성에도 사용되었는데요. 탄소 배출량 저감보다는 시설 정비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어요.

거기다 300억을 들여 친환경 기업을 육성하겠다고 만드는 창업 센터도 탄소 배출 저감과는 하등 상관이 없었어요. KBS에서 전문가들과 기금으로 진행된 사업의 적절성을 분석하니 전체 60개 사업 중 55개가 부적절 평가를 받기도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