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와이퍼스(wiperth) & 페셰(pesce)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원래대로라면 레터가 지구인들에게 전송된 바로 오늘, 시행될 예정이었는데요(6월 10일). 

이를 위한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아 결국 12월 1일로 시행이 미뤄졌어요.

제도 시행을 앞두고 점주들이 컵에 붙이는 라벨 구매와 라벨을 수작업으로 붙이는 일, 반환된 컵 보관 등에 소요되는 금전·업무적 부담을 호소하며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에요.

사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2020년 6월부터 2년간 준비해왔어요. 그런데 정작 제도를 시행할 당사자인 매장 업주들에게 충분한 정보 전달과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았죠. 소비자에게도 마찬가지고요.

이에 무엇보다 2년간 보증금제 표시 바코드가 부착된 제대로 된 컵을 만들지 않은 프랜차이즈 본사의 책임이 크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어요.

오늘 <지구엽서>에서는 일회용컵 보증금제에 관해 꼭 알아야 할 정보들을 담아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해요!

🌐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뭐더라?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카페, 제과제빵,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등에서 일회용 컵에 음료를 담아 판매할 때 자원순환 보증금 300원을 추가하고, 반납 시 돌려주는 제도예요.

보증금제가 점진적으로 자리 잡게 하기 위해 우선 스타벅스, 이디야, 파리바게트, 롯데리아 등 전국 매장 100개 이상을 운영하는 105개 브랜드, 전국 3만 8천여 개 매장에서 시행할 예정입니다.

소비자들은 보증금을 돌려받을 때 모바일 앱이나 계좌이체 혹은 현금 등으로 반환받을 수 있어요.

테이크아웃 컵을 구매했던 곳으로 다시 가서 반납해야 될까 걱정했다면, 걱정은 노노!

구매할 때 받았던 일회용 컵을 내가 구매한 매장이 아닌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실시되는 모든 곳에서 브랜드에 상관없이 반납하면 되고, 반납 즉시 보증금 300원이 돌아온답니다.

🌐 그런데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왜 필요해?

한국은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 세계 3위 국가로 지목되며 많은 지적을 받아왔어요. 이에 일회용컵 사용도 큰 영향을 미쳤죠. 

또한 2018년 기준, 전국 프랜차이즈 카페 등에서 사용되는 일회용 컵은 연간 28억 개로, 이를 일렬로 세우면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를 채울 정도라고 해요. 

그런데 재활용 비율은 고작 5%라는 사실! 대부분 소각, 매립 처리되어 심각한 환경문제를 만들고 있어요.

그리고 바다나 강을 돌아다니면서 미세플라스틱이 되어 결국 지구인들 몸으로 되돌아오고 있죠.

2026년부터는 수도권 지역부터 생활 쓰레기 매립이 금지되고, 나머지 지역은 2030년부터 금지될 예정이에요.

짧게는 4년, 길게는 8년이 남았는데 아직 이를 처리한 대체시설이 준비되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 컵들이 길거리 쓰레기로 방치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책임을 결국 테이크아웃 컵을 사용하는 사람이 져야 해요. 하루빨리 일회용컵을 제대로 수거 및 처리하고, 사용량 자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죠.

이에 정부, 기업, 소비자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을 통해 플라스틱 재활용률을 높이고 궁극적으로는 텀블러 사용을 늘리고자 해요.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잘 시행되면, 거리에 무단으로 투기 되던 일회용 컵이 사라지고 소각 시 발생하는 온실가스 60% 이상을 줄일 수 있어요. 

하와이에서는 이 제도를 도입한 첫해에만 해안가에 무단투기 되던 일회용 컵의 50%가 회수되었다고!

🌐 회수가 잘 될까? 물가가 상승된다던데?

일회용컵 보증금은 음료 값과 별개로 지불하고, 빈 컵을 반환하면 모두 돌려받기 때문에 음료 값이나 외식 물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아요. 

또한 반환율이 적을 것이란 우려도 있지만, 한국행정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 77.5%가 일회용컵을 반환하겠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어요.

게다가 스타벅스, 달콤 등 서울 지역 19개 매장에서 시행했던 다회용컵 보증금 시범사업의 경우에도 반환율이 80%에 육박했고요.

시행 초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겠지만, 추후 무인 회수기 등 인프라가 더욱 잘 마련되면  플라스틱을 오염을 확실하게 줄이는 탁월한 제도로 자리 잡을 것이라 예상됩니다.

🌐 그런데 왜 카페만 비용을 내게 하는 거야?

카페만 비용을 내게 하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지금까지 카페가 혜택을 받아왔죠. 

이미 다른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는 다른 식음료 사업체들은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비용을 내고 있기 때문이에요.

제도 시행 초에는 혼란도 있었지만, 2016년부터는 병 음료 출고량 대비 회수비율이 95.2%나 된다고 해요.

또한 과자봉지 같은 포장재에도 생산자 분담금이 매겨져 있어요. 공짜가 아니라 비용을 분담합니다. 개인도 종량제 봉투를 사서 쓰레기를 버리고 있고요.

따라서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이제라도 테이크아웃 컵을 사용하는 곳들도 쓰레기 발생에 책임을 지고 제값을 지불하자는 의미에서 시작된 거랍니다.

🌐 준비는 왜 제대로 안된 거야?

그간 제도 시행을 위해 환경부,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등은 프랜차이즈 본사와는 2년간 300여 차례 온오프라인 간담회를 가졌다고 해요.

그런데도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지금까지 구체적인 시스템 마련 등 제대로 된 준비를 하지 않았어요. 

컵을 생산해 가맹점에 판매하여 이익을 챙기는 본사는, 시행 날짜가 다가오자 기존에 만들던 컵은 바꿀 수 없으니 업주들에게 라벨을 알아서 붙이라고 통보했죠.

이에 업주들은 준비할 충분한 시간도 없었을뿐더러, 현실적으로 컵에 라벨을 붙이기 위해 드는 라벨 가격 + 인건비에 분노하게 된 거예요. 

제도를 만든 법령의 세부 지침으로 “본사가 바코드를 일괄 구매해서 공급해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105개의 프랜차이즈 중 유일하게 맥도날드만 컵보증금제 라벨이 붙은 일회용 컵을 매장에 제공하기로 했어요.

제도가 시행되면, 점주들이 보증금이 기록된 바코드 스티커를 구매해서 컵에 붙이고, 컵을 반납하는 고객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며, 컵을 수거할 때까지 매장 내에 보관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따라서 제도가 잘 정착되려면 점주들의 참여가 필수적이죠. 이들을 위한 보상과 지원이 꼭 필요합니다.

+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어떠한 이유로 라벨 붙은 일회용 컵을 준비하지 않았는지에 관한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시면 아래 버튼을 눌러주세요👇

라벨을 본사에서 대신 구매해 가맹점들이 필요할 때 소량으로 구매하는 방법만으로는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줄이긴 힘들어요.

이에 환경단체들은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각 매장에 컵 보증금제 라벨이 붙은 일회용 컵을 판매해야 한다고 말해요.

현재 프랜차이즈 본사와 환경부에 일회용 컵 보증금제의 시행을 위해 제대로 준비하기를 촉구하는 캠페인도 진행 중이죠!

또한 테이크아웃 컵이 길가에, 강가에, 해변에 널브러져 있는 광경을 사진으로 찍어서 정부와 기업들에게 보내주기 위한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답니다.

지구인들도 이번 레터를 읽고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더 이상 미뤄지지 않고 잘 시행되길 바란다면, 캠페인에도 함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