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지구

• 비둘기는 어쩌다 유해동물이 되었나?

• 왜 길고양이에게만 밥을 줄까?
• 요즘 듣기 힘든 개구리 소리
• 비둘기, 참새, 까치가 아니라면, 직박구리!

도시에 사는 동물들

삭막한 아스팔트 위를 매일같이 지나가다 보면, 도시는 지구인만의 공간일 거란 착각도 드는데요. 하지만 그런 도시에도 아침엔 짹짹거리는 새소리가 들리고, 한밤중엔 풀벌레 소리와 고양이 소리도 들려요. '도시 정글' 이라는 단어 들어보셨나요? 생각보다 도시에는 다양한 동물들이 살고 있어요. 오늘은 도시에 사는 야생동물들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비둘기는 귀소본능이 있고 길 찾기를 잘해 예로부터 사랑을 많이 받은 동물이에요. 영리하고, 길들이기도 쉬워 반려조로 키우기도 좋아요. 갑자기 사라졌던 반려조 비둘기가 2년 만에 집을 찾아온 사례가 있을 정도죠!

길고양이의 개체수가 증가하다 보니 비둘기처럼 길고양이를 혐오하는 지구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길고양이들이 차에 흠집을 내거나, 음식물 쓰레기를 뜯어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에서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는 캣맘, 캣대디에게 살해 협박까지 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어요. 

사실 길고양이 수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인데, 2015년 20만 3615마리에서 2021년 9만 880마리로 절반 이상이 감소했어요. 

이는 길고양이 급식소와 TNR(길고양이 중성화) 덕분인데요. 길고양이 급식소는 지난 2013년 서울 강동구에서 처음 만들어졌어요. 시에서 초기 세팅을 하고 주기적으로 시설 점검을 하면, 시민 자원봉사자가 자비로 사료와 물을 공급해 주고, 청소를 하는 시스템이에요. 급식소가 생긴 이후 고양이들이 음식물 쓰레기를 더 이상 뒤지지 않게 되어 주민들과의 갈등이 줄어들었고, 밥을 먹으러 온 고양이들을 포획하여 중성화 수술을 하고 개체수 조정도 하고 있어요.

창원시는 ‘개체수조절사업’을 2018년부터 시작하여, 올해는 상반기 1300마리를 완료했고, 하반기엔 1000마리 TNR을 목표로 하고 있고, 파주시는 상반기 444마리를 완료, 하반기엔 400마리 TNR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8월 21일부터 TNR 신청을 받을 예정이에요. 이렇듯 서울시 뿐만 아니라 여러 지역에서 길고양이 TNR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일부에선 비둘기처럼 길고양이도 유해 동물로 지정하여 먹이 주는 것을 금지하자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유해 동물로 지정하면 포획허가 관련 규정을 만들어야 하고, 그렇게 되면 지금처럼 중성화 수술(TNR)를 위해 자유롭게 포획하기는 어려워져요.

또한 먹이를 갑자기 중단하면, 급격한 환경 변화로 굶어죽는 고양이가 많아질 것이고, 포식성이 높아져서 다른 야생동물에게 피해를 입힐 위험도 더 높아질 거예요. 

고양이가 귀여운 외모를 하고 있지만, 도시에서는 무서운 포식자인데요. 영국에서만 매년 5,500만 마리 조류가 고양이에게 희생당하고 있어요. 갑작스럽게 먹이를 구하지 못한다면, 야생동물이 더 많이 희생될 수 있는 거죠. 

고양이의 개체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점진적으로 먹이 줄이기, TNR도 물론 중요하지만, 길고양이가 애초에 증가한 건 지구인이 유기했기 때문임을 감안한다면 동물 유기에 대한 규제도 강화시킬 필요가 있어요. 

앞서 소개한 동물들과는 반대로 개구리는 도시화로 습지가 줄어들면서 개체수가 줄어들었는데요. 멸종 위기 야생동물 2급인 금개구리의 충남지역 서식지는 2017년보다 약 20% 줄어들었고, 멸종 위기 야생동물 1급인 수원청개구리는 100년 이내 멸종할 확률이 100%라고 해요.

개구리 1마리당 400~1,200개의 알을 품고 있고, 두꺼비는 2,000~12,000개의 알을 품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이대로라면 양서류가 멸종하고 말 거예요. 양서류는 전체 먹이사슬의 허리 역할을 하며, 양서류가 사라지면 양서류를 먹고사는 종들도 같이 절멸될 것이에요. 그리고 양서류가 먹고살던 모기와 같은 벌레들은 크게 증가하게 되겠죠. 

직박구리는 서울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새예요. 까치 참새보다 더 쉽게 만날 수 있죠. 한국 텃새이고, 한국을 비롯한 일본, 타이완, 필리핀에 서식해요. 아마 시끄럽게 우는 새가 있다면 99%의 확률로 직박구리라고 할 정도로 자연에서 가장 시끄럽게 지저귀는 새로 알려져 있어요.

직박구리는 까치, 참새 등과 함께 농작물 또는 과수에 피해를 준다고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되어 있어요. 비둘기를 지정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유해 야생동물 지정은 인간에게 어떠한 수준의 피해를 주는지에만 단편적으로 초점이 맞춰있어서 문제가 있어요.

한때 농작물에 피해를 준다고 유해 야생동물이 된 제주 노루는 개체수가 급격하게 줄어 유해 야생동물에 제외가 되었지만, 개체수 회복을 아직도 못하고 있어요. 직박구리는 꽃의 암술과 수술을 수정시켜주는 역할도 하며 장수말벌까지 잡아먹는 고마운 존재이기도 해요. 야생동물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은 연구가 충분되지 않았기 때문에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유해 동물이라고 지정하는 건 한계가 있어 보여요.

한 아파트 단지에서 47종의 새가 발견될 정도로 도시에는 직박구리 외에도 많은 새들이 살고 있어요. 아파트는 벌레와 나무 열매들이 있으며, 맹금류 같은 천적이 없어 새들이 살기 좋은 환경이에요. 하지만 동시에, 둥지를 틀 수 있는 큰 나무가 없어 둥지와 물을 마시거나 씻을 공간이 늘 부족해요. 

또한 유리로 된 버스정류장이나 방음벽, 빌딩 창문에 부딪혀 죽는 새들도 많은데요. 방음벽 충돌로 죽는 새는 한 해 800만 마리나 되는 걸로 추정돼요. 2021년에 조류 충돌 방지를 위해 특수 방음 패널을 사용해야 된다는 규정이 제정되었지만, 페널티가 없어 시행이 잘되지 않고 있어요. 오히려 아파트의 전체적인 조화를 핑계로 저감 조치를 멋대로 시행해 더 많은 새를 죽이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어요.

Sincere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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