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지구

• 모래로 쌓은 도시

• 치어보호가 없어지는 이유
• 지구를 위한 슬로패션 워크샵

모래로 쌓은 도시

지구인 여러분! 2주간 잘 지내셨나요? 지난번 엽서에선 의약품과 동물실험에 대해 다뤘었는데, 지구인 중 한 분이 감사하게도 답장을 보내주셨어요.

원치 않으셔서 자세히 소개할 수는 없지만, 당장 동물실험이 없어진다면 임상시험이 더 확대될 수밖에 없고, 초기 임상시험은 대부분 비용을 이유로 저소득층이나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진행하다 보니, 결국 이 고통은 약자인 누군가가 감내해야 된다는 의견이었어요. 엽서에서 다루지 못했던 부분이라, 함께 고민해 보면 좋을 것 같아서 나누어봅니다.

교육용으로 하는 동물실험이나 의미 없는 반복 실험 등은 충분히 바로 중단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 모든 실험을 대체할 수는 없어 안타깝습니다. 더욱이 한국의 경우, 다른 OECD 국가들과 비교해서 동물 대체시험이 아직 걸음마 수준이에요. 기업들의 변화와 더불어, 소비자의 인식개선이 필요해 보여요. 

오늘은 바닷모래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리려고 해요. 세계에서 물 다음으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천연자원은 모래예요. 매년 전 세계 바다에서는 60 억톤의 모래가 추출되는데요. 유엔환경계획에 따르면 매년 인류가 사용하는 모래와 자갈은 약 500억 톤이며, 이중 60억톤은 바다에서 추출되어요. 이는 매일 덤프트럭 100만대 분이 넘는 바닷모래가 바다에서 사라지는 것과 같다고 하니 어마어마 하죠? 과거에는 하천이나 산림 등에서 모래를 채취했지만, 수요를 충족하기 힘들어 해저에서 바닷모래를 채취하기에 이르렀어요. 

이렇게 많은 모래가 다 어디 쓰일까요? 모래는 건물, 도로, 교량 등 콘크리트가 들어가는 곳이라면 당연히 사용되고, 유리나 핸드폰, 반도체를 생산하는데도 사용되어요. 

모래가 돈이 되자, 일부 국내 어촌계도 협회와 손을 잡고 바닷모래 채취에 뛰어들고 있는데요. 지난 5월, 강화도에서는 경제적 수익과 수심 확보를 위해 바닷모래 채취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어요. 모래 수익사업을 주도하는 한국골재협회 인천지회는 인천의 모래를 팔아 수천억 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어요. 

198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3억㎥가 넘는 바닷모래를 인천 앞바다에서 퍼냈는데, 비공식적인 양까지 합치면 이보다 훨씬 많으리라 예상해요. 

인천시는 지난 3월 굴업·덕적 해역 7개 광구를 바다골재 채취 예정지로 새로 지정했고, 향후 5년간 2968만 1000㎥의 모래와 자갈을 퍼내기 위한 행정절차를 진행하고 있어요.

바닷모래 채취는 해안침식의 원인 중 하나예요. 옹진군 장봉도 옹암해변에서는 뻘 속에 있던 갯벌 전망대 지지대가 드러날 정도로 최소 높이 80cm 이상의 해변 모래와 갯벌이 쓸려 나갔어요. 지난 10년 동안 옹진군에서는 3차례 모래를 추가했지만, 해안침식은 계속 진행되고 있어요. 

강화도 볼음도에서는 방풍림이 무너지고, 해안을 따라 해송들이 뿌리를 드러내고 있어요. 거기다 해안선이 최소 5m 이상 후퇴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백아도에서는 갯벌이 사라지고, 조개 등 어패류가 종적을 감추기도 했어요. 이곳들은 직접적으로 바닷모래를 채취하는 곳도 아닌데 왜 그런걸까요? 

배에 모래만 남기고 바닷물을 다시 배출되는데 이 과정에서 탁한 물기둥이 해류를 따라 수십km에 걸쳐 퍼져나간다

바닷모래는 주로 진공청소기 같은 흡입기가 달린 배에서 채취하는데, 채취로 인해 바다 한가운데 10m 정도 되는 웅덩이가 생겨요. 이런 해저 웅덩이는 태풍이나 폭풍 같은 외력이 생기면 금세 채워지는 것으로 보이지만, 웅덩이 주변의 모래를 끌어당겨 채우기 때문에, 바다 바닥은 전체적으로 깊어지고, 주변에선 해안침식이 생기는 거예요.

남해EEZ 채취해역 주변에는 최대 채취심도 19.5m 정도의  큰 웅덩이가 형성되었고, 웅덩이 크기가 워낙 크다보니 자연적으로 잘 메꿔지지 않아 해양 생물들의 무덤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거기다 흡입기로 모래를 빨아들이다 보니, 모래뿐만 아니라 해양생물의 먹이가 되는 미생물도 함께 빨려 들어가 먹이부족으로 이어지기도 해요. 

풀등이 사라져 가요

인천에 있는 작은 섬 대이작도에는 세계 자연유산인 해양보호구역인 풀등이 있어요. 수천 년에 걸쳐 강에서 흘러나온 퇴적물이 하구에 쌓이면서 생긴 섬인데요. 밀물 때면 사라졌다가 썰물 때면 보이는 바다 한가운데 있는 신비한 섬이에요. 풀등은 대형 저서동물 185종이 출현하고, 꽃게와 접치 등 해양생물의 서식 및 산란지가 되는 중요한 곳이지만 풀등 인근 지역에서 바닷모래를 계속 채취하여, 풀등의 면적이 절반 이상 줄어들었어요. 풀등의 훼손으로 어류의 산란지가 없어져 해양 생태계에 치명타를 입히고 있어요. 

한국에서는 모래를 캐내기만 했지, 바다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조사한 사례가 거의 없어요. 지금부터라도 수치모델을 개발하고, 연구해야 해요.

최근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이 바닷모래 채취로 연간 200억원 대를 벌어드리는 인천 옹진군에 최근 섬 주변 해안 침식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하라고 요청한 바 있어요. 이 지역은 해안 침식 현상이 벌어지고 있지만, 관련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바닷모래 채취가 주변 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아직 정확히 밝혀진 바 없었어요. 옹진군을 시작으로 한국에서도 영향 연구가 진행되길 바래요.

콘크리트에 모래를 기준치보다 적게 쓰면 튼튼하게 마무리 되지 못해, 위험할 수 있어요. 앞으로 계속 새로운 모래를 채취하기보단 이미 사용한 모래를 재활용하거나, 모래를 적게 사용하는 방법이 개발되어야 할 거예요. 이미 기후위기로 인해 빠르게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는데 바닷모래까지 이렇게 과도하게 채취하면 불난 곳에 기름을 붓는 꼴이에요. 

  

  

치어보호가 없어지는 이유

치어 보호를 위한 금지체장과

수량 보존을 위한 금어기의 완화 및 폐지가

진행될 예정이에요

Sincerely,

📮 이번주 지구엽서는 어떠셨나요?